안철수는 “가치와 문화”를 팔고 있다.



“애플은 가치와 문화를 팔고 삼성은 제품을 판다.”

한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을 비교하는 상징적인 말이었다. 애플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삼성전자에게 내줬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의 3배를 뛰어 넘고 있다.

이것을 현재 대권주자들에게 그대로 대입해 보자. 안철수는 가치와 문화를 팔고 있다. 제품을 팔고 있는 다른 주자들이 안철수 현상을 폄하하기 시작했지만 폄하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시장은 가치주도의 시장 이다. 소비자를 이성과 감성과 영혼을 지닌 전인적 존재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 ‘3.0시장’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일하는 방식과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직과 독창성, 그리고 진실성 만이 해답이다.” 마케팅의 구루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쓴 <마켓3.0>에 나오는 말이다.

기업만 일하는 방식과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방식을 바꾸어야 할까? 정치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은 과거의 여의도식 사고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안철수는 마켓3.0의 관점에서 대화하고 독창성과 진실성을 통해 신뢰를 얻고 있다.

새누리당은 근본적인 혁신이 불가능한 구조 이므로 예외로 하고 민주당만 살펴보자. 민주당 대선후보 컷오프를 위한 경선은 시대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 합리적 타당성 보다는 “대중의 느낌”, 대중이 그렇게 느끼는게 중요한데 그 느낌을 간과하고 있다.

1위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라고 단정적인 규정을 하면, (물론 그렇게 표현한 배경과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난 4년6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의 몰염치로 인해 고통 받았던 국민들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정직과 독창성 그리고 진실성에서 낙제이다.

김두관, 손학규 후보 등이 그런 이유로 1위후보가 필패 후보라고 주장하면서 필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있지만 정작 본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 본인의 가치를 충분하게 만들고 전달하는데 소홀하고 있다.

5년 전 대선과 지난 4.11 총선에서 “상대가 하자가 있으니 우리를 지지해달라”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치주도의 시장에서는 가치를 발견할 수 없는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상대 제품의 하자를 말하기 전에 내 제품의 가치를 높여야만 잘 팔린다는 이야기다.

안철수 교수는 휠링캠프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고 공감을 얻는 것이 어렵다. 소통과 합의를 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강조했다. 대통령에 뜻이 있으면 빨리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벌이라는 성화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고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완성도가 높은 “가치와 문화”를 가진 제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내놓은 책 “안철수의 생각”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만들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로 일종의 베타테스트 성격이 짙다. 통상적인 정치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반대다. 국정기조와 일종의 정책공약 성격의 책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고 거기서 나온 반응을 토대로 다음단계로 나가는 방식이 공감을 더 얻는다.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출마선언을 먼저하고 정책을 말했다면 증세문제를 비롯해서 책에 담긴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서 융단폭격을 받았을 것이다. 공감을 얻으면 세를 규합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다.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책과 TV에서 대화체로 쉽고 편안한 언어로 전달력을 높인 것도 훌륭하다.

안철수 교수가 민주당의 정책과 거의 유사하고 오히려 일부는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은 민주당과 연대 그리고 야권의 대안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들었다. 그것이 전략적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안철수 교수가 차지할 수 있는 정확한 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 중요하다.

보수진영은 도덕적 불감증에 저열하고 진보진영은 비전을 볼 수 없는데 안철수 교수가 정확히 그 지점을 차지해 버렸다. 안철수 교수가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상식파"라고 주장하는 말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경제학자 알렉스 태브록은 국내 TED 강연에서 “이제는 인류가 파이를 나누어 먹는 제로섬 게임의 시대에서 더하면 더할수록 커지는 촛불의 시대로 진입했다” 라고 했는데 안철수 교수는 여전히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 촛불의 방식으로 정치권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강준만 교수가 '안철수의 힘'에서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는 안철수 교수의 문제의식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참여와 소통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공감”은 중요하다. “공감”은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마켓3.0 시대에 “가치”를 제시할 때 가능하다. 이번 대선은 여야를 떠나 “제품”이 아니라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 공감의 크기가 큰 후보가 승자가 될 것은 불문가지 이다.

아울러서 정당연설회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10~20분 연설 형태의 지역순회 경선은 현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 위해서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이 불가피하고 그것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전달된다. 정당연설회가 차분하게 후보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는데 사용되지 않고 정치 냉소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후보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대담형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전환이 좋을 것 같다. 대중연설로 국민을 설득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TV토론이 있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TV토론 역시 제한적이고 연설회를 대담형태로 바꾸고 자료집도 미리 배포하게 하면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다. 필요하면 한 두 번은 하루 종일 하는 끝장토론이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글. 황의홍 소셜문화연구소마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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