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스타일, 2012 최고의 선물

즐겁게 놀고 강남의 탐욕을 줄이라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노래하고 있어

@한겨레 사진


10월4일 밤 10시4분. 천사데이

서울광장은 8만 여명이 모여서 가수 “싸이”와 완전하게 하나되는 축제판을 만들었다. 남녀노소, 동서양인을 불문하고 열광의 도가니였다.

월드컵 때 서울광장에 모인 붉은악마 응원단이 국가 간의 경기를 응원하는 애국심이 매개가 되었다면, 2012년 10월4일의 서울광장은 한국어 노래 “강남스타일”이 만국공통어가 되어 전 세계인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만든 것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였다. 한국대중음악이 세계의 으뜸이 되었음을 알리는 선포식 이기도 했다. 이날 상황을 전 세계로 생중계했던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들은 방문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어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고 서울광장에서 떼지어 추는 말춤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이라고도 한다. 서울광장이 주인을 제대로 만나서 광장이 광장답게 쓰여졌다.

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 바람이 불자 2002년 초에 정부가 민간 활동을 공식 지원하기 위해서 급하게 예산 20억원을 편성하고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을 설립한 것을 생각해 보면 정확하게 10년 만의 일이다. 그 때 참석해서 “아시아”라는 명칭을 떼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청중과 하나되어 신명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감각, 패러디까지 11억 조회

우리 가수들은 무대에만 올라가면 평상시 노래 부르는 것 보다는 훨씬 잘한다. 청중과 하나가 되어 일체감을 만들고 공감을 일으키는 현장성이 외국가수 보다 탁월하다. 우리 정서가 가지고 있는 ‘한’ 같은 것이 폭발되어 신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역동성 측면에서 본다면 어젯밤 “싸이”의 1시간40분 공연 역시 최고였다. “데뷔 12년차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신인가수가 된 싸이"라고 인사말을 건네면서 시작된 무대는 월드 스타 ”싸이“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듯, 땀이 뒤범벅이 된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난 가창력과 흡입력을 보여 주었다.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 10월2일자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에 싸이 강남스타일 관련 콘텐츠는 2,468개였고, 패러디 영상이 1227개, 커버댄스와 플래시몹의 합이 742개, 조회수는 상상을 초월하여 2,468개의 동영상 클릭수가 1,128,155,683건, 조회수 11억건은 세계 인구를 70억이라고 할 때, 7명 중 1명이 싸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면 K-Pop은 "강남스타일“ 이전과 이후로 구별될지도 모르겠다.

즐겁게 놀고 강남의 탐욕을 줄이라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노래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스타일에 담긴 가사 내용을 보면 강남으로 상징된 한국사회의 탐욕을 패러디한 부끄러운 자화상이 되풀이되어 불려지고 있다. 그 부끄러움을 유머와 섹시 그리고 복고풍이 가미된 말춤으로 반전을 이루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가 되어서 탐욕과 위선을 벗어나라고 노래하고 있다.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baby baby 나는 뭘 좀 아는 놈” 대표적인 가사다.

국력은 경제력의 우위뿐만 아니라 문화적 우월성이 더 중요하다. 특히 세계적인 주도국가가 되려면 문화적 우월성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역동성과 부지런함은 장점 이지만 거꾸로 사기와 위증죄의 비율이 높은 굉장히 이기적인 사회다. 경제력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기여도 또한 현저하게 낮다. 멀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반도국가가 외세에 대항하여 생존하기 위해서 그랬고 분단과 6.25를 거쳐서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는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의 산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자살률 1위(하루 평균 42.6명), 오이시디 회원국 중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 조사’ 꼴찌, 노인빈곤율 1위 등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고위험사회 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낮은 삶의 질은 이념적으로 계층간 극단적인 대결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어로 된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축제판으로 만들고 우리가 만든 방송콘텐츠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디지털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역동성 보다는 사회적인 질서와 안정감을 추구할 때가 됐다. 전체적으로 동양중심의 새로운 문명이 태동되고 있는 시점에 이기심과 탐욕의 상징으로 나타난 정치질서도 새롭게 재편할 때가 되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극단적인 경쟁을 하지말고 즐겁게 놀고 탐욕을 줄이라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노래하고 있지 않는가?

글. 황의홍 | 소셜문화연구소 마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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